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유럽 업체들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오른 것은 이미 구문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단순히 전동화 모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내연기관 기술, 특히 하이브리드 구동계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의 퇴출 시점을 명확히 못 박지 않은 상황에서, BYD를 위시한 중국 기업들은 이념적인 구호보다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혹은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REEV) 등 어떤 형태의 파워트레인도 만들어낸다는 실용주의가 이들의 무기다.
시장 요구에 응답하는 BYD의 DM-i 기술
세계 최대의 친환경차 제조사인 BYD가 내놓은 중형 SUV, ‘실 유(Seal U)’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러한 전략의 산물이다. 이 차량에는 ‘DM-i(Dual Mode-intelligent)’라 불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핵심은 4기통 1.5리터 가솔린 엔진이다. 모델에 따라 자연흡기 혹은 터보 차저가 적용되는 이 ‘샤오윈(Xiaoyun)’ 엔진은 제조사 발표 기준 43%라는 놀라운 열효율을 자랑한다. 이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
다만 BYD는 구체적인 변속기의 구조나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공개된 세 가지 주행 모드를 통해 그 메커니즘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전기 모드(EV Mode)로, 18.3kWh 용량의 배터리가 충분할 경우 오직 전기 모터로만 주행한다. 둘째는 하이브리드 모드다. 배터리 잔량이 낮을 때 엔진이 개입해 발전기를 돌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직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베일에 싸인 변속기 구조와 주행 성능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세 번째인 ‘병렬 모드(Parallel Mode)’다. BYD는 이를 두고 가속력을 극대화하는 모드라고 설명하며, 고속 주행 시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구동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평소에는 직렬로 작동하다가 고속 항속 시에만 클러치를 붙여 엔진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의문점은 남는다. 모든 속도 영역에서 운전자의 가속 요구에 맞춰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바퀴를 굴리려면, 정교한 기어비를 갖춘 변속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출력 모터가 있는 상황에서 복잡한 변속기를 얹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개된 변속기 케이스 사진을 봐도 두 개의 전기 모터(발전용, 구동용) 위치 외에는 내부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주행 감각은 영락없는 전기차다. 변속 충격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방음 대책이 훌륭해 엔진이 바퀴를 직접 굴리는지 아니면 발전만 하는지 운전자가 알아채기 힘들다.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주행 질감은 매끄럽다. 72kW(98마력) 엔진과 145kW(197마력)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합산 출력 160kW(218마력)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9초가 걸리며 최고 속도는 170km/h에서 제한된다. 유럽산 경쟁 PHEV 모델들에 비해 전기 모터의 출력이 넉넉해 EV 모드에서의 주행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디지털 구독 서비스로 판매 채널 다각화
BYD는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투입하는 것과 동시에, 판매 방식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2025년 독일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딜러 네트워크를 확충한 BYD는 이제 디지털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독일의 자동차 구독 플랫폼인 ‘드리비오(Drivio)’와 포괄적인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양사는 2026년 한 해에만 2,000대 이상의 차량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카스텐 쇼프(Carsten Schopf) BYD 독일 법인 B2B 이사는 “소비자의 선택지 최상단에 오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오프라인 딜러 네트워크와 더불어 효과적인 디지털 판매 채널이 필수적”이라며,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리비오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에 익숙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2026년, 독일 내 입지 강화의 원년으로
BYD는 이미 2025년에 독일 본사와 유럽 본부 조직을 자동차 업계 베테랑들로 보강하며 기반을 다졌다. 이번 드리비오와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차량 공급을 넘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드리비오는 현재 100여 종 이상의 모델을 100% 디지털 방식으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서비스 시작 2년여 만인 2025년에 약 7,700건의 구독 계약을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게르트 샤웁(Gert Schaub) 드리비오 대표는 “BYD와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상품 구성이 시장 장악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BYD의 기술력과 드리비오의 플랫폼이 결합해, 다가오는 2026년 독일 내 디지털 자동차 구독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