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 덮친 ‘가성비’ 공세…현대차·포드, 테슬라·BYD 맞서 총력전

사실상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테슬라와 중국 BYD(비야디)의 공세가 거세지자, 기존 완성차 업계가 다급히 방어선을 구축하고 나선 모양새다. 당장 안방 시장을 위협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부터 픽업트럭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포드까지, 신흥 강자들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 꺼내 든 현대차그룹

현대차는 23일, 자사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현대 EV 부담 다운(down)’ 프로모션의 할부 금리를 대폭 인하한다고 밝혔다. 기존 5.4%였던 금리를 2.8%로 무려 2.6%포인트나 낮춘 과감한 결정이다. 36개월 유예형 할부 상품인 이 프로모션은 중고차 잔가를 사전에 보장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적용 대상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등 현대차의 주력 승용 전기차 라인업이다. 혜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비자 체감폭은 꽤 크다. 아이오닉 5 스탠다드 모델 기준 월 납입금은 36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줄어든다. 아이오닉 6와 코나 일렉트릭 역시 각각 월 26만 원, 23만 원 수준으로 고정 지출이 낮아진다. 여기에 트레이드인, 얼리버드 구매, 생산 월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영끌하듯 모으면 아이오닉 6는 최대 650만 원,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은 각각 550만 원, 610만 원에 달하는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

기아의 행보도 결을 같이 한다. 기아는 하루 앞서 EV5 롱레인지 모델과 EV6의 판매 가격을 200~300만 원가량 낮추고, 0%대 초저금리 할부 혜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방까지 파고든 테슬라와 BYD의 위협

현대차그룹이 연초부터 이처럼 파격적인 카드를 연달아 꺼낸 배경에는 테슬라와 BYD의 매서운 추격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대비 두 배 폭증한 5만 9893대를 팔아치웠다. 부동의 1위인 기아(6만 609대)와의 격차를 불과 1000대 미만으로 좁힌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1월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BYD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아토3, 실, 시라이언7 등을 잇달아 선보인 BYD는 단숨에 6107대를 판매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성비를 앞세운 이들의 전략이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제대로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픽업트럭 시장까지 넘보는 BYD, 포드 F-150 정조준

BYD의 야심은 단순히 아시아의 승용 전기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막대한 수익원이자 자존심인 대형 픽업트럭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호주 자동차 전문 매체 카익스퍼트(CarExpert)에 따르면, BYD는 현재 자사의 중형 픽업트럭인 ‘샤크 6’보다 한 체급 위인 대형 픽업트럭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타깃은 다름 아닌 포드의 간판 모델 F-150이다.

리우 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최근 치솟는 유가에도 불구하고 대형 픽업트럭에 대한 고객들의 강력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특히 호주 광산업체를 비롯한 법인 차량(플릿) 시장의 요구가 거세다. 그는 “포드 F-150 크기의 대형 샤크 6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나아가는 중”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롭게 등장할 이 트럭의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BYD가 현재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샤크 6에 탑재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얹은 전동화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계 늦추지 않는 포드, 차세대 모델로 반격 준비

글로벌 자동차 거인 포드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조차 그간 중국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하며 BYD의 행보를 예의주시해 왔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BYD가 가진 압도적인 비용 절감 능력을 여러 차례 치켜세웠고, 호주 시장에서 자사 레인저와 맞붙는 샤크 6에 대해서도 후한 평가를 남긴 바 있다.

현재 호주 시장에서 3.5리터 V6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은 F-150을 판매 중인 포드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무기를 준비 중이다. 향후 투입될 차세대 F-150 라이트닝은 기존처럼 100% 순수 전기차로만 나오지 않는다. 대신 가솔린 발전기를 돌려 주행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삼을 예정이다. BYD의 가성비와 기술력에 맞서, 소비자들의 충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전동화 트럭으로 수성에 나서겠다는 포드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