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미국 전략, 관세 압박에 흔들리다

미국 진출 전략에 제동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그룹이 미국 시장 공략에 있어 심각한 전략적 갈림길에 서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는 미국 내 첫 번째 자체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인 반면, 스페인 브랜드 쿠프라는 돌연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2030년으로 예정되었던 쿠프라의 미국 데뷔는 불확실성에 빠졌고, 이는 폭스바겐의 수십억 유로 규모의 북미 확장 전략 전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새롭게 도입한 15%의 일률적 자동차 관세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해당 관세는 이미 아우디와 포르쉐의 수입 차량 마진을 잠식하고 있으며, 그룹 CEO 올리버 블루메에게 전략 수정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우디, 현지 생산으로 전환 추진

높아지는 비용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아우디는 미국 내 첫 번째 자체 생산기지 건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며, 테네시 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폭스바겐 기존 공장 인근에 ‘쌍둥이 공장’을 짓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 계획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현재 미국에서 연간 20만 대 이하인 판매량을 30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관세 부담 속에서 현지 생산 없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블루메 CEO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 향후 대규모 투자를 관세 부담과 상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방안이 수용된다면, 채터누가 외 다른 신규 부지에서의 설립도 검토될 수 있다.

관세 현실, 기대감 무너뜨려

최근 체결된 유럽연합(EU)과 미국 간의 무역 협정은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정 산업에 대한 예외 규정 없이 모든 자동차 수입품에 대해 15%의 단일 관세가 적용되면서 폭스바겐은 2025년 상반기만 해도 큰 수익 감소를 경험했다.

이제 남은 유일한 돌파구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추진 중인 전기차 브랜드 스카우트의 생산기지 외에도, 아우디 공장이 실제로 건설된다면 관세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가 하락과 함께 커지는 불확실성

이러한 전략적 혼란은 폭스바겐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주가는 90.74유로로, 올해 최고점 대비 약 17% 하락한 상태다. 미국 전략의 성공 여부는 블루메 CEO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전략이 성공할 경우, 폭스바겐은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전사적인 전환 계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미국 공장 건설에 따른 우려도 존재

아우디는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익명의 관계자들은 멕시코 공장과 가격 구조에 미칠 영향, 일부 모델의 시장성 저하 등을 지적하며, 미국 진출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채터누가 부지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이 가장 경제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분석되고 있다. 해당 부지는 기존 폭스바겐의 물류와 설비 계획을 활용할 수 있어 건설 기간과 비용 모두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부 추산에 따르면 공장 건설에는 수천억 원대의 투자가 필요하며, 완공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15만~20만 대로 계획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폭스바겐 고위 관계자는, 올리버 블루메 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 간의 현재 협상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